'서른, 아홉' 전미도가 기억되고 싶은 작품 속 인물 [인터뷰]

인터뷰 2022. 04.14(목) 12:14
  • 페이스북
  • 네이버
  • 트위터
전미도
전미도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전미도가 ‘서른, 아홉’을 통해 도전 이상의 것들을 얻었다. 연기자로서 나아갈 길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만난 정찬영은 전미도에게 인생 친구가 돼주었다.

JTBC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극본 유영아, 연출 김상호)은 마흔을 코앞에 둔 세 친구의 우정과 사랑,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루는 현실 휴먼 로맨스 드라마. 30대와 40대 사이의 기로에 선 여자들의 일상을 녹여내며 소소하게 입소문을 탄 ‘서른, 아홉’은 지난달 31일 자체 최고 시청률 8.1%(유료가구기준/닐슨코리아 제공)로 막을 내렸다.

종영 이후 인터뷰로 만난 전미도는 아직 찬영이를 떠나보내지 못했다. 촬영은 일찍이 마무리하고 마지막 회를 봤지만 완전히 끝맺은 ‘서른, 아홉’에는 여전히 수많은 감정들이 남아있었다.

“끝났는데 끝난 것 같지 않다. 여운이 있는 것 같다. 마지막 회 보고 나서도 이상하게 그립고 개인적으로 못 보내고 있는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신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저라고 느껴지지 않고 찬영이로 보고 있어서 더 슬펐다. 저도 12회를 보고 많이 울었다. 내가 몰랐던 장면들도 보니까. 감정은 다 힘들었다. 상황이 슬퍼서 그런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 표현해내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마흔을 앞두고 갑작스레 시한부 판정을 받은 찬영은 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는 세상에 큰 미련을 두지도, 원망하지도 않았다. 다만 찬영은 허락된 시간 동안만큼은 곁에 있는 사람들과 보내는 순간들을 소중하게 여기고자 했다. 전미도는 그런 찬영을 이해하기 위해 늘 그의 마음으로 생각하며 다녔다.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더라. 찬영이가 어떤 마음으로 부고 리스트를 썼을까라는 마음으로 제가 직접 써보기도 했다. 극 중에서 찬영이가 ‘크리스마스까지만’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촬영은 1월 중순까지 했지만 해가 넘어가기 전까지 ‘연말까지만 버티자’ 그런 마음으로 촬영했다. 평소 지나다니던 길도 그런 마음으로 보면 어떻게 달라보일까를 느끼면서 걸었던 것 같다.”

더셀럽 포토
위와 비슷한 맥락으로 전미도는 브런치 리스트를 직접 써보면서 죽음과 인간관계의 의미에 대해서도 되돌아봤다. 늘 상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시간되면 밥 먹자’가 이제 전미도에게는 인사치레로 그치는 말이 아니게 됐다.

“브런치 리스트를 쓸 때 그 기준이 밥 먹자고 연락 오면 밥 먹는 사람이라는 말에 정말 공감했다. 저도 그게 제일 중요할 것 같다. 낯설거나 처음 만난 사람이랑 밥 먹는 건 어렵지 않나. 잘 체하는 편이라 제가 누군가랑 밥 먹는 건 정말 편하고 가깝고 좋아한다는 뜻이더라. 그 말이 정말 찬영이를 대변하면서도 저랑 비슷한 것 같았다. 친하다는 것, 나에게 의미 있다는 것 은 밥 한번 먹을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극 중 친구였던 배우 손예진(차미조), 김지현(장주희)과 전미도는 실제로도 1982년생으로 동갑 배우들이다. 또래들이었던 만큼 통하는 것도 많았던 세 사람은 드라마에 담긴 그대로 찐친 케미스트리를 완성했다.

“동갑이라서 굉장히 편하게 했고 각자 캐릭터랑 비슷한 면들이 있다. 예진 씨는 장난기도 있으면서 리더십 있고 지현이는 주변 사람 배려하고. 그런 비슷한 면들이 많아서 현장에서도 캐릭터들대로 말하고 놀았다. 덕분에 짧은 시간에 금방 친해졌다. 사석에서 자리를 많이 갖진 못해서 걱정도 했는데 그런 거에 비해선 빨리 친해지고 가까워진 것 같다. 특히 예진이가 이끌어줘서 정말 감사했다. 저랑 지현 씨는 경험이 아직 부족하다 보니 예진이 덕을 많이 봤다. 같이 해서 너무 좋았고 좋은 배우들 사이에 있어서 시너지가 더 났던 것 같다.”

찬영의 로맨스 상대는 진석(이무생)이었다. 엄밀히 따지면 진석은 가정이 있는 유부남이지만 과거 연인으로서의 감정을 정리하지 못한 두 사람은 여전히 우정과 사랑 그 경계에 걸쳐있는 사이로 지냈다. 이에 찬영와 진석의 로맨스를 일각에선 불편한 시선으로 보기도 했다. 전미도는 두 사람의 모습이 결국 찬영의 또 다른 불완전함을 나타내는 하나의 관계로 이해하고자 했다.

“저도 처음에 대본 받았을 때 시청자분들이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실까 우려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어쨌든 어떤 면으로는 그래서 더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인물이라 느껴지기도 했다. 모든 면에 완벽하지 않고 쿨하지 않고 미련한 모습조차 인간적이고 일이든 사랑이든 성공하지 못한, 다 이루지 못한 그런 설정에 있는 인물이 마지막을 맞닥뜨렸을 때 귀한 친구 있는 것만으로 좋은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두 관계를 설득시키기는 어려웠지만 반대로, 이걸 굳이 설득시키기 위해 연기를 해야 할까?라는 의문도 있었다. 어느 부분은 인물이 이해되고 받아들여졌는데 복잡한 관계를 엮은 자체가 그 나이 때 그 사람들이 단순한, 단면적인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진 않다는 걸 설명하는 것 같았다. 여전히 명확하게 맞다 틀리다를 가지고 연기는 힘들었지만 대본에 충실했다.”

더셀럽 포토
서른아홉은 전미도에게도 특별한 나이다. 오랫동안 무대에서 활약해오던 전미도가 드라마에 첫발을 내딛던 순간이 서른아홉이었다. 누군가는 늦었다 하고, 이미 때를 놓쳤다고 하던 서른 아홉에 전미도는 보란 듯이 새롭게 도전하고 쟁취했다.

“찬영이도 ‘서른, 아홉’에 시한부 삶을 선고받고 꿈꿔왔던 배우로서 도전했는데 저는 서른아홉에 ‘슬기로운 의사생활’ 오디션을 봤다. 공연 무대만 십몇 년 하다가 그 오디션을 통해 드라마를 처음 했는데 그런 부분은 찬영이랑 같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은 것 같다. 다만 찬영이는 마지막이 됐지만 저에게는 새로운 시작이었다.”

두 작품을 통해 얼굴을 알린 전미도는 사람들에게 배우보다 한 캐릭터로 기억되고 싶어 했다. 더불어 완벽하지 않은 모습마저도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랐다.

“어느 작품에 출연했던 인물로 기억되면 좋겠다. 누군가에게는 채송화, 정찬영이고 앞으로 또 어떤 작품을 하고 어떤 인물로 남을지 모르지만 전미도보다 그 인물로 남아있으면 좋겠다. 사람으로서는 인간적이고 좋은 사람. 제가 생각할 때 인간성은 부족하고 악한 면도 포함된 것 같다. 사람이 물론 좋은 면만 기억되고 싶겠지만 안 좋은 것, 부족한 것도 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인정하는 것. 완벽하지만 허술함도 있고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전미도는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연기나 작품들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소망을 내비쳤다. 나아가 그는 작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성장 지점을 중요하게 여겼다. 또 전미도는 작품이 말하는 메시지에도 큰 의미를 두었다.

“어떤 인물을 연기하고 싶다 그런 생각은 없는데 또 다른 결을 그려내고 싶다는 욕심은 있다. 어떤 결을 할까를 고민하고 있고 이것저것 다양하게 할 거라는 마음으로 선택하기보다 성격상 이거 했으니까 다음에는 조금 다른 것. 내지는 도전해볼 수 있는 것. 그런 의미로 약간 변형시켜서 선택하는 것 같다. 다음 것도 그런 의미로 결정하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공감이 되는지,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어떤 울림을 줄 수 있고 어떤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그 다음은 맡은 역할을 내가 하고 싶은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지, 이 역할을 통해서 내 개인적인 목표를 실현시킬 수 있는지를 가장 먼저 기준으로 삼는 것 같다.”

전미도에게 ‘서른, 아홉’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연기했던 인물 이상으로 찬영이와 미조, 주희에게 정이 들었던 전미도는 ‘서른, 아홉’에 깊은 여운을 드러냈다.

“생각의 변화를 느끼게 해준 작품인데 또 다른 면으로는 저한테 정찬영이란 친구가 생긴 것 같다. 차미조, 장주희라는 친구도 생긴 것 같아서 친구들 사이에 어떤 좋은 표본이 되어준 것 같고 좋은 친구들 만들어줘서 오랫동안 못 잊을 것 같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기사제보 news@fashio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