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 감독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영혼의 재난 다룬 영화” [인터뷰]

인터뷰 2022. 04.21(목)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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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김지훈 감독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육체적인 아픔은 회복되지만 아이들의 영혼이 파괴되면 복구되지 않아요. 어떤 아이도 행복해야할 절대 명제가 있듯 영혼이 파괴되는 공간, 상황에 놓이지 않아야한다고 관객들이 바라봤으면 해요. 건우의 아픔을 같이 공감하고, 어루만져주셨으면….”

피해자만 남고, 가해자는 없는 ‘학폭(학교폭력)’.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다뤄진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학폭.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시선으로 그려내며 추악한 민낯을 들춰낼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근절에 나서고자 한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스스로 몸을 던진 한 학생의 편지에 남겨진 4명의 이름, 가해자로 지목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추악한 민낯을 그린 영화다. 일본 후쿠호카 현에서 일어난 중학생 자살 사건을 바탕으로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완성됐고, 원작자 하타사와 세이코는 김지훈 감독의 전작 ‘화려한 휴가’ 관람 후 곧바로 영화화를 수락했다.

“부모에서 학부모가 되는 순간에는 ‘우리 아이가 피해자가 되면 어떡하지’에서 원작을 접하고 ‘가해자가 되면 어떡하나’ 두려웠어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원작을 접했을 때 분노, 떨림, 소름끼치는 상황들에 우리 아이들이 절대 놓여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출자로서 서사가 풀려 관객과 만난다면 세상을 향한 작은 외침이지 않을까 생각했죠. 좋은 원작, 작가, 배우들을 만나 건우의 아픔을 전달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하루라는 시간동안 한 공간에서 가해자의 부모들만 등장하는 형식의 원작 연극과 달리, 김지훈 감독은 캐릭터와 공간의 확장성을 기본으로 피해자와 가해자 아이들의 이야기를 재해석하는데 중점을 뒀다.

“한국화 시키고, 현재화를 시키는 게 힘들었어요. 또 배우들의 직업군을 만들어내는 것, 가해자 수위를 조절하는 게 어려웠죠. 그런 부분들을 작가님이 잘 표현해주셨어요. 이야기를 만드는데 수월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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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끊임없이 반복되는 사회 문제다. 김지훈 감독은 그 원인을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가해자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그들의 잘못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 고민처럼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때로는 냉정하고 건조한 시선으로 가해자를 따라가기도 하고, 피가 거꾸로 치솟을 만큼 공분하게 만들기도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물리적인 폭력은 치유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영혼의 폭력은 치유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아이의 가장 큰 지옥은 영혼이 파괴되는 것이에요. 연출 포인트, 주안점이 됐지만 폭력의 자극성, 가해를 하는 장면들의 끔찍함 보다는 하나의 영혼이 어떻게 파괴되는가, 파괴 됐을 때 그 아이는 어떻게 무너지고, 회복되지 않은 채 절망의 끝까지 간다는 것에 포인트를 뒀죠. 예전에 학폭을 접할 땐 가해자가 따로 있고, 피해자가 따로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누구나 가해자,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죠. 가장 큰 울타리(가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가해와 피해 양상이 발생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영화에선 부모들의 이야기가 메인이 됐죠. 가해자, 피해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가 연출의 확신이고, 영화의 출발이자 마무리였어요.”

2017년 완성된 이 영화는 긴 기다림 끝에 5년 만에 개봉하게 됐다. 그러나 이야기에 녹이 슬지 않았다. 좋은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 아닐까.

“저도 3년 만에 다시 봤어요. 배우들은 5년 전에 찍은 거라 걱정이 됐죠. 이야기에 세월의 때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거나 부패되는데 이야기에 진심이 있어 부패가 아닌 발효됐다고 생각해요. 건우의 아픔, 핵심 메시지가 묻어난 게 아닌가 싶어요. 녹이 슬지 않아 저도 감사하게 생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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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 현재에도 계속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5년의 시간동안 실제 한국에서도 끔찍하고 잔인한 학폭 사건들이 뉴스를 뒤덮었다. 사람들은 분노했고, 피해자들은 좌절했고, 가해자들은 실형을 받기도 했지만 대부분 잊혀갔다. 김지훈 감독은 실제 많은 사건들의 판례집을 찾아보면서 관객들에게 동의를 이끌어내고자 노력했다.

“작가님이 취재를 해오셨어요. ‘이게 실제나, 진짜 이야기냐’ 할 정도로 끔찍한 일들이 많이 벌어졌더라고요. 현실이라 놀랐던 기억이 나요. 무엇보다 5년 전 취재한 것들이 현재에도 반복된다는 것이 무서웠어요. 어떻게 보면 공포스러웠죠. 얼마 전 ‘유퀴즈’에서 푸른재단을 운영하는 한 아버지가 나오셔서 말한 것도 충격적이었지만 우리 영화에도 그런 장면이 있어요. 피해 학생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웅크리고 있는 장면이죠. 옥상에 올라갈까, 말까 망설이는 장면인데 축구공을 가지고 굴려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망설이고 두려워하는 게 CCTV에 남아있어요. 그 장면에서 폭풍 눈물이 났죠. 그 장면이 저를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어요. 그 장면은 끔찍해요. 그 아이를 왜 그렇게 만들었을까 하는 반성이 들게 하는 장면이었죠.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고 하면 안 되겠지만 저에겐 죄스럽게 남아있는 영상이에요.”

‘화려한 휴가’ ‘타워’ ‘싱크홀’ 등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작품을 선보여온 김지훈 감독. 이번 작품은 현시대와 깊이 맞닿아 있는 학폭이라는 소재를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김 감독은 학폭도 하나의 ‘재난’이라고 강조했다.

“‘타워’는 역사적 재난이에요. ‘니 부모’는 영혼의 재난이죠. 여타 재난 영화는 물리적 재난이기에 회복되고, 원상복구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건우의 재난은 회복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회복되지 않기에 영혼의 재난이 저에겐 되게 고통스러운 작업 중 하나였죠. 영혼을 파괴하는 재난은 지옥보다 더한 지옥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찍었어요. 하나의 영혼이 파괴되는 재난이 아닐까, 회복되지 않는 재난이 아닐까,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하는 재난이 아닐까…. 제가 재난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희생이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용기와 희망을 가질 수 있기에 좋아하죠. ‘니 부모’는 용기와 희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하나의 영혼이 파괴되는 상황, 희망이 부재한다고 생각했죠. 여타 다른 영화와 달리 저에겐 암울한 마음이었어요. 이 암울한 상황을 통해 관객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가져야한다는 작은 소망을 전달하고 싶은 영화죠.”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마인드마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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