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수지가 우연히 만난 좋은 길 [인터뷰]

인터뷰 2022. 07.09(토)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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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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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수지가 한층 짙어진 연기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초라함부터 화려함까지 다채로운 형용사가 어울리는 수지는 ‘안나’로 연기 스펙트럼의 정점을 찍었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 수지는 극 중 두 개의 이름을 가진 여자, 유미와 안나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걷잡을 수 없이 부풀려진 거짓말로 어느새 자신마저 속아 환상에 빠져 사는 사람을 보통 사기꾼 혹은 리플리 증후군 환자라고 일컫는다. 이름, 가족, 학력, 과거까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거짓말로 얼룩진 인생을 살게 된 여자. 수지는 ‘안나’에서 익숙한 듯 낯선 얼굴을 하고는 리플리 증후군에 빠진 여자로 변신했다.

‘안나’는 한 여자의 일련의 삶이 시간 순서대로 흘러간다. 이에 수지는 촉망받던 10대 유미부터 고된 현실에 찌든 20대의 유미에서 동경하는 삶을 살게 됐지만 늘 불안감을 떠안고 있는 30대 안나까지 첫 단독 주연이라는 도전에 무색하게 농익은 연기를 보여주며 ‘안나’ 그 자체로 녹아들었다.

대비되는 두 인물을 소화해야 하는 만큼 ‘안나’는 수지에게도 큰 도전이었다. 사소한 거짓말을 일삼다가 걷잡을 수 없이 부풀려져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른 이는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동시에 욕망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스스로를 옭아매는 삶으로 더 깊숙이 파고든 여자의 아이러니한 삶에 매료됐다는 수지다.

“굉장히 연기해보고 싶은 매력적인 캐릭터다. 너무 안쓰러운 인생인데 이게 묘했다. 응원하면 안 되는 아이를 응원하게 되는 미묘한 부분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응원하는 마음이 컸고 시청자들도 그런 마음을 느끼면서 단순히 잘못했다. 안 했다. 거짓말이 나쁘다기보다 이 여자의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 되겠다는 생각이 출연을 결심하는데 큰 부분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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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는 유미에게서 흔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주변 사람들을 전부 속이고 자신의 인생까지 송두리째 거짓말한 유미라는 캐릭터는 좀 더 극적으로 그려졌지만 낯설지만은 않았다. 누구나 사회적인 시선에 맞추어 자신을 꾸미듯이 수지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유미와 제법 닮았다고 느꼈다. 이에 궁극적으로 ‘안나’가 대중들에 공감대를 열 수 있는 작품이길 바랐다.

“대본을 받았을 땐 제목이 ‘당신도 아는 안나’였다. 이게 무슨 말이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끝날 때쯤 ‘우리에게 다 이런 면을 가지고 있고 유민만큼은 아니어도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보여주고 포장하고 거짓말하면서 살아가는 모습들에서 다들 유미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들을 생각하면서 접근했다. 저는 현실적이고 어디서 많이 느껴본 기시감이 들었다. 그래서 이 거짓말이 납득 됐으면 좋겠고 유미에 공감이 많이 됐으면 했다. 현실에선 옆에 없었으면 하지만 드라마로 보면서는 그 인물에 공감이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특히 수지의 눈빛 연기에도 시청자들의 열띤 반응이 쏟아졌다. 늘 밝은 미소와 티 없이 맑은 눈빛으로 공식석상에서 선 수지의 모습은 ‘안나’에서 온데간데 없다. 각종 아르바이트와 강도 높은 일들을 영혼 없이 해내는 수지의 공허한 눈빛과 생기 없는 얼굴에서는 버거운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생활감이 깃든 모습들은 어느 정도 수지 본연의 것들을 차용하기도 했다고.

“나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뭔가를 표현하기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왔으면 했다. 유미처럼 저도 삶에 찌든 모습이 많고 그런 모습을 과하지 않게 현실적으로 표현하고 싶어서 진짜 일을 열심히 하는 생각으로 촬영했던 것 같다. ‘힘들게 보여야지’라는 마음보다 그냥 직장인의 마음으로. 저도 그런 마음을 잘 알아서 최대한 그런 날것의 표정들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날의 피곤함이 묻어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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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에는 유미의 심리를 세밀하게 설명해주는 장면들이 많다. 자신감이 되어 준 거짓말이 언제부턴가는 밝혀질까 두려운 존재가 되며 유미의 숨통을 조여오는 불안한 감정들이 곳곳에 적재적소하게 배치돼있다. 이에 수지 역시 그러한 사소한 눈빛, 표정, 행동으로 느낄 수 있는 유미의 감정을 전달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표정으로 말하는 장면들이 많다. 대사가 많지 않아 고민이 많았는데 유미의 불안을 표정으로 표현할 때는 그동안의 일들을 곱씹어보는 생각을 많이 했다. 분명 이야기할 때는 괜찮은데 왠지 집 가서 자려고 누울 때 생각나는 말들이 있지 않나. 그 사람 눈빛이 왜 그렇지? 유미를 생각하면 걸릴 수 있는 지점들을 표현하고자 했다. 안나라 생각하고 유미일 때도 그냥 안나일 때도 자기 생각에 빠져있는 모습들이 많은데 표정으로 표현하기보다 계속 그런 일들을 곱씹어보면서 속으로 많은 대사를 하려고 했다.”

안나를 연기해야 했지만 수지에게도 안나는 공감하긴 어려운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안나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은 무엇일까. 전문가에 자문을 받으며 수지는 그가 느끼는 그대로의 안나의 감정선을 따라가려고 했다.

“안나가 이해를 해야 하는 인물이라서 그게 숙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안나가 나중에 이야기할 때는 나조차도 진심인 건지 그냥 하는 말인지 갑자기 헷갈리기도 했다. 그래서 상담가 분한테 전화를 해서 ‘이런 상황일 때 이런 심리가 진심에 조금 더 가까운가. 아니면 얘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려서 진심과 멀어진 상태일까’라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제가 느끼는 감정이 맞다고 하더라. 그냥 이 모호한 느낌 그대로 전달이 되어도 괜찮겠다는 지점들도 많았던 것 같다. 내 마음 자체도 명확할 수 없는데 혼란스러울 때는 그 혼란스러운 대로 표현하는 것도 안나한테는 잘 맞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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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을 시작으로 배우로서도 본격적인 활동을 펼친 수지는 두둑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올리고 있다. 드라마 ‘구가의 서’, ‘당신이 잠든 사이에’, ‘배가본드’, ‘스타트업’, 영화 ‘백두산’ 등 출연작 대부분이 흥행을 이룬 만큼 그에 따르는 부담감은 없을까. 수지는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쾌활하게 답했다. 더 나아가 그의 이름 앞에 붙여지는 수많은 수식어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부담감 많다. 그런데 그건 불편한 감정은 아닌 것 같다. 어느 정도 기분 좋은 긴장감이랄까. 불안이 동력이 되고 채찍질이 돼서 저한테는 불편하지 않은 것 같다. ‘국민 첫사랑’ 타이틀은 저도 좋아해서 계속 가지고 싶다. 다만 사람은 여러 모습이 있으니까. 제 안에도 있을 여러 모습들을 차근차근 보여주고 싶고 앞으로도 그런다면 재밌을 것 같다.”

어느덧 데뷔 12주년을 맞은 수지. 걸그룹 미스에이로 연예계에 입문했지만 이제는 배우 수지로도 이름을 떨치며 만능 엔터테이너로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아냈다. 우연히 시작한 연기이지만 이제는 수지에게 또 하나의 정체성이 돼준 연기는 어떤 의미일까.

“뜻하지 않는 길을 가다가 더 좋은 걸 만난다는 글을 본 적 있는데 연기가 저에게 그런 것 같다. 사실 어렸을 때는 내가 무언가 직업을 정하긴 어리기도 하고 지금도 30대에 갑자기 농사짓고 싶어서 농사지을 수도 있고 너무 어리지 않나. 내가 갑자기 가수를 하다 배우 일을 같이 하게 된 것처럼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일들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연기는 우연히 만난 저의 좋은 길 같은 느낌이고 그 길을 잘 가고 싶다.”

20대의 마지막에서 만난 ‘안나’는 수지에게 격려가 돼주었다. 힘차게 달려온 지난 날들을 위한 장식이자 원톱 주연으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해준 새로운 챕터다. 가득 채워온 지난 12년을 바탕으로 30대의 수지는 숨을 고르며 조금 더 여유있는 발걸음을 내딛을 예정이다.

“너무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그런 강박에서 많이 자유로워진 것 같다. 30대에는 멋있었으면 좋겠다. 멋있다는 게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제가 어쨌든 10대부터 20대까지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여전히 나에 대해 돌아본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너무 달려오기만 했나 싶기도 하다. 그래서 30대 때는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일을 해보고 싶다. 또 욕심이 많아져서 일할 수 있겠지만.(웃음) 30대 때는 조금 더 나를 돌아보면서 천천히 나의 속도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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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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