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정은채, 캐릭터 변신을 선택한 이유 [인터뷰]

인터뷰 2022. 07.13(수)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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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채
정은채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정은채가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부러움을 받는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가 자신의 인생을 훔친 이에게 대가를 요구했다가 홀연히 사라져버린 여자로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 정은채는 유복한 집안의 외동딸로 배려도 악의도 없이 오직 자신의 우월한 인생을 즐기는 현주로 분했다. 마레 갤러리의 작은 이사로 유미(수지)의 상사가 됐다가, 몇 년 뒤 유미가 자신의 이력을 훔쳐 살아온 사실을 알고 그를 압박하는 인물이다.

지난달 24일 첫 공개 이후, ‘안나’는 쿠팡플레이 인기작 TOP 20에서 18일 연속 1위에 등극하며 쿠팡플레이 최고 인기 시리즈로 떠올랐다. 사전제작으로 완성된 작품인 만큼 배우들도 시청자의 입장에서 함께 시청했다. 특히 8부작에서 6부작으로 압축되면서 많은 이야기들이 속도감있게 그려졌다.

“지인 분들이 연락주시는데 작품 반응이 너무 좋아서 저도 계속 좋아하고 있다. 시나리오는 8부작으로 쓰여있었는데 줄여서 6부작으로 마무리된 점이 색다르다. 기존에 생각한 작품의 세계와는 다른 면들을 봤던 것 같다. 아무래도 함축적으로 바뀌다 보니까 이야기 전개도 빠르고 서스펜스, 스릴 같은 장르적 느낌들로도 많이 봐주셔서 생각지도 못한 면들이 달리 보였던 것 같다.”

정은채는 이제야 세상 밖으로 나온 ‘안나’를 이미 4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던 정은채가 4년 전 받은 작품에 출연하기까지에는 변수도 분명히 있었을 터. 그럼에도 ‘안나’를 출연한 것은 온전히 정은채의 의지였다.

“그 당시에 본 글 중에도 좋은 글이었고 가장 재밌었다. 캐릭터도 제가 그동안 제안받은 캐릭터들 보다 가장 튀는 캐릭터였다. 그런 캐릭터를 제안 주신 감독님의 생각이 궁금했고 만나면서 더 확신이 생겼던 것 같다. ‘인연이 되면 할 수 있겠구나’ 했는데 촬영 시기나 타이밍이 잘 맞았고. 오래 본 만큼 애정이 있었다. 저도 작품으로 볼 수 있기를 바랐고 응원하는 마음이 처음부터 있었다.”

현주는 유미가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것들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당연한 인물이었다. 극과 극의 배경을 가진 만큼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게 비교가 되었다. 유일하게 두 사람이 평행을 이룰 때는 같은 눈높이에서 눈을 마주칠 때다. 대부분 현주가 유미를 내려다보거나, 유미가 현주의 눈을 피하지만 두 사람이 마주보고 이야기할 때면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를 위해 정은채는 수지와 아슬아슬한 호흡에 대한 고민을 많이 나누며 현주, 유미의 관계를 맞춰갔다.

“현장에서는 너무 대비되는 캐릭터로 존재를 해야 하는 면들 때문에 호흡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다. 연기를 하면 너무 다르게 존재하다가 컷이 나면 같이 모니터 보면서 대비되는 두 여자가 한 프레임에 담긴 걸 구경하듯 보는 게 재밌었다. 그런 호흡이 잘 맞아서 주고받는 힘이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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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에는 완벽한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다. 유미와 현주 각각에 몰입해보면 그들의 행동 하나, 말 하나에 납득 안 되는 입장은 없다. 이에 유미가 자신 행세를 하며 살아온 사실을 알고 그에게 30억을 요구한 현주가 과연 악인이라고 봐야하는지도 모호하다. 현주는 자신이 필요한 현금을 받기로 한 대신 법적 조치는 하지 않았다. 정은채 역시 현주가 의도적으로 악인을 자처했다기보다 현주에게는 그러한 방법이 상식이었을 거라고 이해했다.

“누군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도용한다고 하면 과연 내가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어쨌든 현주는 그런 제안이 수용됐다고 하면 다른 벌은 주지 않았을 것같다. 돈 받고 거기까지인 거다. 뒤끝 없는 캐릭터라 생각해서 그런 제안은 현주가 악의없이 할 수 있는 선택이지 않았을까. 유미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곤란한 제안이겠지만 현주는 상대를 고려하지 않고 내 중심적으로 모든 걸 사고하고 내뱉기 때문에 누구를 해하기 위한 선택이나 제안은 아니었다고 본다.”

그간 보여진 배우들의 이미지를 뒤집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던 이주영 감독의 바람대로 ‘안나’에서는 정은채의 새로운 얼굴이 담겼다. 무해한 미소로 유해한 감정을 일으키는 일명, 악역 아닌 악역의 느낌을 백분 발휘한 정은채는 현주 그 자체였다. 현주는 노력하지 않아도 유미가 꿈꾸는, 부러워하는 삶을 모두 쥐고 있다. 이에 흔히 재벌가 딸이라 하면 그려지는 고상한 이미지 보다는 걱정 하나 없이 사는 현주를 오히려 마냥 밝고 다소 가벼워 보이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태생적으로 가진 게 많은 사람으로 설정돼서 보편적인 인물들보다는 목표 의식이나 오히려 꿈에 대한 욕망이 덜한 인물이다. 그래서 이 캐릭터를 좀 더 입체적으로 그린다면 얄밉기만 하기보다는 익살스럽고 재미있는 부분도 겸하면. 좀 더 입체적으로 이 캐릭터를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오늘 지금의 기분에 집중된 인물이고 그렇다 보니까 오히려 좀 더 해맑고 계산 없는 그런 부분이 현주를 표현할 때 조금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지 않을까 했다.”

그래서 현주는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기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이다. 사실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순간도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기가 쉽지 않다. 그런 부분을 충족시켜주는 현주가 정은채도 연기하면서 통쾌했다. 덕분에 현장에서 애드리브도 하면서 그날의 촬영을 즐겼다는 정은채다.

“작품에서도 현주가 등장했을 때 공기가 환기됐으면 했고 그게 제 역할이었다고 생각했다. 연기할 때 한 번도 (현주처럼) 살아보지 못해서 이렇게 누군가를 대할 수 있고 이런 태도를 취할 수도 있구나 했다. 새로운 인간을 만난 기분이었다.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내뱉는 지점들이 훨씬 자유로웠다. 현장에서 연기할 때 모든 지 다 해봤던 것 같다. 과한지 그런 계산을 크게 하지 않고 여러 가지 변주를 주면서 시도했다. 캐릭터 힘을 입어서 과하고 우스꽝스럽게 제스처를 쓴 부분도 있고 어법은 강하지만 제스처에서 발랄함 같은 걸 넣어보기도 하고. 매 장면 마다 애드리브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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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채의 연기 변주가 더욱 두드러졌던 데에는 전작 ‘파친코’ 경희가 있었다. 표정이나 말투에서 따스함이 묻어났던 경희와 달리 현주는 거침없이 말하고 기분대로 행동했다. 이러한 캐릭터 간극에 대한 걱정은 없었을까. 정은채는 오히려 이 시점을 기회로 봤다.

“‘파친코’ 경희를 연기하고 그 다음에 다른 작품도 했지만 대중에게 바로 보여진 작품은 ‘안나’로 이어져서 그 차이가 큰 게 오히려 더 효과적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떤 옷이 저한테 잘 어울리는지 알아가는 단계인 것 같다. 그런 다양한 캐릭터 옷들 입으면서 저도 모르는 저를 알아가고 공부도 하고 질리지 않게 시청자 분들한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런 점들 때문에 극단적으로 다른 캐릭터를 선택했던 것 같다.”

‘안나’는 거짓말로 번져간 한 여자의 삶과 그 주변인들을 통틀어 다뤘다. 궁극적으로 ‘안나’에 담긴 메시지는 무엇일까. 정은채는 ‘안나’는 거짓말을 소재로 시작된 이야기이지만 이를 떠나 누구든 사소하고 작은 것들이 많은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강조했다.

“누구나 사소한 거짓말은 하는데 안나는 콤플렉스가 많은 인물이다. 능력도 있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많은 것을 발휘할 수 있는데 배경이 갖춰지지 않아서 욕망으로부터 시작된 거짓말인 거다. 허영심이 더해가면서 상상치 못한 인물을 삶에서 만나면서 소용돌이처럼 자기도 모르게 휩쓸려가는데 그런 상황들이 많이 극적이긴 하지만 제가 느끼기엔 모두가 그런 작은 선택들이 삶에서 오는 것 같다. 그런 면을 보시면서 공감하고 이해하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2010년 영화 ‘초능력자’로 데뷔한 정은채는 어느덧 데뷔 12년 차 배우가 됐다. 그간 크고 작은 캐릭터들을 맡으며 쉼 없이 연기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정은채가 하고 싶은 작품은 무엇일까. 더 나아가 정은채는 어떤 모습으로 대중들을 만나고 싶은지 말했다.

“그 시기에 제가 할 수 있는 선택 중에 가장 좋은 선택을 한다. 욕심낸다고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때그때 내가 좀 더 집중하고 흥미를 느끼고 있는 것들이 작품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었던 것 같다. (캐스팅될 때) 늘 나도 모르는 나의 어떤 면들이 되게 많구나. 그런 면들을 많이 느낀다. 앞으로도 그런 면을 꺼내서 보여드릴 기회가 있으면 좋겠고 저도 모르는 저의 면들을 발견해주시는 분들을 만나면 행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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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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