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김준한,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인터뷰]

인터뷰 2022. 07.14(목)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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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한
김준한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김준한이 선과 악의 경계에 선, 위험한 인물로 변신해 또 한 번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 김준한은 극 중 목표를 위해서라면 지독할 만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안나(수지)의 남편 지훈 역으로 분했다.

지훈은 사람 좋은 미소로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고 성공한 기업가에서 단숨에 젊은 정치인으로 발돋움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신분 상승에 대한 그릇된 야욕을 드러내며 자신이 원하는 것은 차지해야 직성이 풀리는 인물이다.

그간 다양한 작품에서 선과 악을 넘나드는 연기를 보여준 김준한은 ‘안나’에서 색다른 결의 얼굴을 선보였다. 김준한은 안나에게 상류사회의 문을 열어준 조력자이자, 그의 삶을 옭아매는 통제자로서 존재감을 톡톡히 해냈다. 지훈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극의 완성도를 높인 김준한은 역할의 비중을 떠나 ‘안나’에 참여한 자체에 만족감을 표했다.

“대본이 너무 재밌었다. 소설책 읽듯이 너무 흥미롭게 읽다 보니까 너무 참여하고 싶었고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참여했다. 캐릭터에 대한 부담은 있었다. 아무래도 지훈이라는 사람이 감당해야 할 크기가 너무 커서 ‘이걸 내가 해낼까.’ 싶었다. 저는 상상치 못한 모습이었는데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감독님의 말씀을 듣고 용기를 얻었다. 저한테는 큰 경험이 되었다. 그 작품에 일원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설레서 너무 좋았다. 이런 인물들과 같이 연기하는 자체가 너무 즐거웠고 많이 사랑해주셔서 기쁘다.”

지훈은 등장부터 퇴장까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극 초반에는 안나에게 속아 사기 결혼을 당한 어수룩한 남자 같았으나 점차 본색을 드러낸 지훈은 어딘가 모르게 음침한 기운을 풍겼다. 그는 안나가 숨겨왔던 과거들을 은밀하게 알아내는가 하면 자신의 정치 활동에 흠집을 남기지 않기 위해 현주를 처리하는 철두철미함까지 갖췄다. 이에 남편인 지훈을 바라보는 안나의 눈빛도 서서히 혐오감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김준한은 상식선을 벗어난 지훈의 말과 행동에서 공포감을 묻어내고자 했다.

“작품을 다 보면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저렇게 생각하지?’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구나’ 그런 점들 상기시키게끔 하는 게 무서운 것 같다. 보통 사람들은 생각하기 어려운 판단을 내리고 산다는 것. 같은 상황을 마주했을 때 다르게 생각하는데서 오는 공포가 있지 않나. 예를 들어 범죄자들을 마주할 때도 그들이 한 행위에 충격을 받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방식에서도 오는 충격이 있듯이. 최지훈이라는 사람도 그런 점에서 범상치 않은 사람이다. 그런 면이 재밌는 지점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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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성가한 기업가이자 인심 좋아 보이는 정치인의 이미지를 구축시킨 데에는 사투리 말투도 돋보였다. 김준한은 극에서 줄곧 사투리 대사들로 소화했다. 이는 경남 통영 출신이라는 지훈의 배경을 고려해 김준한이 먼저 제안한 연기였다. 야망가 지훈이라면 정치계의 지역주의를 염두하고 의도적으로라도 사투리를 고집했을 거라고 본 김준한의 섬세한 접근에서 비롯됐다.

“지훈은 통영 출신 사람이기 때문에 제가 상상해본 건데 지훈이는 사투리를 일부러라도 안 고쳤을 것 같더라. 왜냐하면 이 사람이 어쨌든 많은 사람을 품고 가야 하는 정치 세계로 가고자 하는 야망이 있다. 그러기 위해선 좀 더 넓고 많은 사람을 품기 위해서 통영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계속 갖고 가는 게 하나의 무기가 될 수 있는 거다. 그런 것 때문에라도 일부러 고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준한은 수지가 먼저 캐스팅된 이후에 ‘안나’에 합류했다. 출연을 결심한 요인 중에 수지의 영향도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수지가 소화해낼 안나에도 기대감이 컸던 만큼 김준한은 매 현장이 즐거웠다고 밝혔다. 더불어 수지와의 호흡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대본이 재밌었고 이주영 감독님의 오랜 팬이었다. 그 두 가지 요인 만해도 거절할 이유가 없는데 수지 씨가 한다고 들었을 때 안나라는 범상치 않은 인물을 수지 씨가 어떻게 표현하고 같이 만들어나갈지가 재밌겠더라. 굉장히 고민하면서 작업을 했는데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을 느꼈다. 그래서 어떤 장면에서는 제가 수지 씨한테 도움을 받기도 했고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되면서 촬영을 했다. 둘 다 약간 성격이 상대방한테 요구하는 성격이 아니라 현장에 가서 맞춰가고 서로를 받아주면서 연기한 느낌이라 되게 재미있는 앙상블이었다. 지금까지 못 봐온 수지 씨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실제로 결과물이 나온 걸 봐도 같이 촬영한 장면 외에 장면들은 이번에 본 건데 너무 신기하고 잘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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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을법한 다양한 형태의 인간관계를 담아냈다. 유미와 현주, 유미와 지원, 안나와 현주 등 여러 입장들과 이해관계가 뒤섞인 관계들을 현실적으로 빚춘다. 이 가운데 지훈과 안나는 쇼윈도 부부였다. 형식적인 결혼생활을 이어오던 두 사람은 감추고 싶은 서로의 민낯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관계가 틀어지게 된다. 이에 김준한이 건강한 인간관계를 지켜나가기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물었다.

“최지훈이라는 사람을 동의하는 건 아닌데 사람과 사람 관계 안에서 서로가 뭔가 도움이 되는 지점들이랄까. 그런 게 실질적인 돈이나 인맥 같은 속물적인 부분도 존재하겠지만 나라면 ‘내가 이 사람한테 시간을 줄 수 있는가’를 따지는 편이다. 내지는 내가 마음을 내어줄 수 있다거나 이 사람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관계. 서로 무언가 주고받는 게 없는 관계는 없는 것 같고 일방적인 관계는 별로인 것 같다. 진짜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서로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 가족이건 연인이건 친구건 안주하고 누리기만 하려는 건 썩 좋지 않은 것 같다. 뭔가 서로 줄 수 있는 게 있다면 좋은 관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훈도 미디어에 노출된 친숙한 정치인의 모습을 따랐다. 사람들 앞에서는 한껏 푸근한 인상을 드러내고 장학재단 설립, 고양이 등으로 건실한 정치인으로서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 바라던 대로 서울 시장에 당선되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면에는 선거캠프 직원, 비서, 운전기사에 폭언을 일삼는 등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오만무례한 행동들을 일삼았다. 안나가 자신도 모르게 과거 망신당했던 순간을 가정부에게 그대로 재현해내듯, 김준한 역시 지훈이 바라던 위치에 온 순간 그가 선망해온 사람이 되었을 것이라고 봤다. 때문에 지훈의 입장에선 그가 하는 모든 것들은 마땅히 누려야 하는 정당한 행동들이었다.

“피해의식이나 자격지심이 있다 보니 남을 무시하는 거다. 그런 것들을 동경했고 갖고 싶었기 때문에 세상을 수직적으로 바라보는 면이 있고 수직 사다리 위에 올라갔을 때 자기가 뭔가 겪었던 것들에 대해서 본능적으로 흉내 내고 누리려고 하는 마음이었을 거다. 그러면서도 굉장히 깔보는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기가 이뤄놓은 업적에 대해 세상을 깔보면서 쾌락을 느끼는 사람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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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준한으로서 지훈과 닮은 점도 있었을까. 남다른 야망을 품은 지훈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는 목표 지향적인 삶을 추구한다.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은 같지만 김준한은 조급하게 앞만 보고 돌진하는 지훈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조심스럽게 나아가면서도 늘 주변을 둘러보고자 하는 김준한이다.

“직진하고 싶은 마음은 비슷한데 속도나 수단에 대해서는 다른 것 같다. 수단도 굉장히 가리는 편 같다. 속도에 대해서는 살다 보니까 너무 저를 채찍질만 해서 이대로는 내가 오랫동안 해나갈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어지는 대로 그때그때 속도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꾸준히 이 길을 걷는데에 더 집중해야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고 있다. 열정을 불태운다고 잠도 아껴가기도 했는데 그걸 계속하면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해지더라. 이제는 저를 조금 챙겨가면서 꾸준히 마라톤처럼 달려가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 김준한이 갈구하고 있는 목표는 무엇인지도 궁금해졌다. 변함없이 좋아하는 연기를 좋아하고 싶다고 밝힌 김준한. 그는 빠르게 보다 길고 오랫동안 걸어갈 길을 내다봤다.

“오래도록 하고 싶고 계속 재밌었으면 좋겠다. 좋아한다는 것도 노력해야 한다. 일이 됐건 관계가 됐건. 어떻게 변해갈지 예상도 하면서 어떻게 좋아하는 마음을 더 잃지 않고. 혹은 시간이 흘렀을 때 생길 권태 안에서도 또 다른 재미를 찾아갈 수 있을까. 누구에게나 권태가 올 텐데 어떻게 맞이할진 각자의 몫 같다. 그런 부분들을 고민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총 6부작으로 구성된 ‘안나’는 매 회 차마다 꺼림칙한 여운을 남긴다. 지훈은 자신의 삶에 더 광택을 내기 위해서 안나의 삶을 더 깊은 구덩이로 밀어 넣었다. 모든 권력과 부, 명예를 쥔 듯한 지훈이었지만 끝내 허무하게 생을 마감한 그. 지훈이 좇았던 이상은 무엇이었을까. 김준한은 사람과 인생의 이면에 대해 되돌아보았다.

“강한 게 강하게만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유치하고 치졸한 면이 있다는 것. 어떻게 보면 인간적으로 보이는 면도 있고 그런 것들이 더 인간을 알 수 없는 존재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나는 나 자신을 알지 않나. 각자가 얼마나 복잡미묘한지 아는데 타인에 대해선 환상이 있는 것 같다. 영웅이라던지 선망의 대상을 삼는다던지, 범죄자를 악마화하는 것도 그런 모습 자체가 무언가를 주지만 그 이면에 굉장히 많은 이야기가 있는 걸 알게 되면 훨씬 더 인생, 인간이라는 게 복잡미묘한 존재이구나를 느낄 수 있을 거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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