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민 감독 "'한산'→'노량', 각각의 작품으로 봐주시길" [인터뷰]

인터뷰 2022. 08.04(목)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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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민 감독
김한민 감독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김한민 감독이 또 한번 이순신 장군을 조명했다. 한국인이라면 무한한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이순신 장군의 크나큰 업적이 다시 한번 김한민 감독의 손길을 거쳐 재탄생했다. 전편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또 다른 감동을 안겨준 ‘한산: 용의 출현’이다.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 전쟁 액션 대작. 지난 2014년 개봉한 ‘명량’의 후속작으로 임진왜란 중 최초의 압도적 승리를 거둔 전투를 그렸다. 이에 영화적인 색깔에도 전작과 확실한 대비가 필요했다. ‘명량’은 뜨거운 불과 같았다면 ‘한산’은 찬 기운의 물 같은 분위기였다.

“영화의 성격이 달랐다. 명량은 뜨겁게. 통렬한 역전이었고 오롯이 이순신 혼자만의 불굴의 의지였다. 혼자만의 뚝심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버텼고 대단한 해전이었다. 한산은 한산대로 전략적이고 차갑게 상대방을 파악하고 냉정하게 균형 잡힌 전술을 생각하고 구현하는 지점이 있는 해전이었다. 그런 성격에 따라 이루어졌고 전략적으로 계산했다.”

영화는 “복카이센”이라며 거북선에 두려움을 떠는 왜군의 시선에서 시작된다. 거북선은 ‘한산’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정도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거북선의 위엄을 보여주기 위해 김 감독은 남아있는 사료들과 여러 가지 설들을 토대로 하여 외형에 완성도를 높였다. 이를 통해 거북선이 출전하기까지 겪었던 시행착오와 전략들로 녹여내며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거북선은 판옥선에 대한 각설도 있지만 자료들이 너무 뻔하고 나머지는 2층 혹은 3층 형일 거라는 연구가들의 설을 봤다. 다만 내부나 외부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많이 없다. 그래서 출현을 하되 그 기준점은 낯선 거북선을 만들지 말자였다. 익숙한 거북선을 두고 거북선이 돌격선으로서의 기능을 해보자. 그리고 업그레이드 되기 전에 모델은 단점을 가지고 있고 그걸 개량해서 신형으로 나왔을 때 극복하는 더 진화된 거북선을 한 작품 내에서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했다. 나대용과 이순신이 총상을 입어서 2차 출동 때까지만 해도 전술적인 완성이 되어있지 않은 것에 대해 충분히 고뇌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고민하는 부분부터 영화를 시작해서 거북선의 기승전개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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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명량’과 ‘한산’에서 이순신 장군의 각각 다른 면모에 초점을 두었다. 해전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에 맞서는 이순신의 대처 방식에는 차이가 있었다. 이에 김 감독은 이순신 장군을 명량에서는 용장(勇將: 용렬한 장수)으로, 한산해전에서는 지장(智將:지혜로운 장수)으로 묘사했다.

“해전 자체도 그렇고 ‘명량’은 용맹스럽고 뚝심 어린 장수를 이순신의 본질로 택했다면 ‘한산’에서는 차분하고 과묵하고 자기 생각과 판단에 있어서 균형을 잡으려고 하는 치열한 지점에 고민을 가진 이순신이었다. ‘명량’은 뜨거운 이순신이고 ‘한산’은 차가운 이순신이다. 그런 차이점을 가져가게 되다 보니 나이도 젊은 이미지와 특성을 가진 박해일이란 배우가 하면 좋다고 생각했다.”

왜군의 침략으로 시작된 임진왜란은 조선에게 공포와 절망을 안겼다. 그러나 조선이 낙망하지 않은 이유는 굳세게 버티고 있었던 이순신 때문이었다. 수많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전세를 역전시킨 이순신에게는 꺾일 수 없는 소신이 있었다. 이를 김 감독은 ‘의(義)’라는 개념으로 표현했다. 누군가 이순신에게 전쟁의 의미를 되묻는 장면이 전작 ‘명량’의 오마주처럼 ‘한산’에서도 등장한다. 앞서 ‘의리(義理)’라고 답한 이순신이 ‘한산’에서는 ‘의(義)와 불의(不義)의 싸움’이라고 밝혔다.

“‘명량’ 때는 불의를 쓸 수 없었다. 이회가 당신이 싸우는 대의가 뭐냐고 물었을 때 이순신은 ‘의리는 충에 나와 있고 그 충은 임금이 아닌 백성’이라고 한다. 그가 싸우는 명분, 이유를 그렇게 규정해준다. 절체절명에 선 이순신이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이유가 백성이기 때문에 의가 의리에 가까웠다. ‘한산’에서 의가 부각되는 것은 도적같은 불의다. 무도한 강도의 느낌인 왜적들에 대항하는 개념으로 의를 강조했다. 그래서 이순신이 싸우는 목적이나 명분이 명확하다. 그 의는 결국 이순신 정신에 반하고 감동한 준사가 육지전에서 싸우는 의병장 황박을 통해 구체적으로 의가 지켜지고 실현되는걸 보게된 것이다. 그래서 준사도 ‘의’ 깃발을 들고 조선 의병과 싸우는 모습이 형성된다.”

김 감독은 조선시대 당시 사회적 정서와 풍토를 반영했을 때, ‘의(義)’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사상이라고 봤다. 이에 ‘의(義)’는 ‘노량’과 ‘한산’에 이어 ‘노량’까지 관통하는 주요한 개념으로 이어진다.

“‘명량’에도 의리라고 했다면 ‘한산’은 불의라는 표현을 같이 사용할 수 있어서 의와 불의를 같이 배치했다. 그게 임진왜란 당시 느끼는 전쟁의 성격이었고 그런 지점에 의가 중요했을 거다. 의라는 개념은 조선사회의 사단칠정에서 인의예지에 속한다. 그만큼 조선 사회와 문화, 분위기에서 의는 중요하고 왜적으로부터 단결하기 위한 중요한 개념이라 생각했다. 면면이 근현대사까지도 우리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하지 않나. 그 성격을 의와 불의로 규정을 했을 때 항해 개념이 성립되고 의미와 중요성이 이어지기 때문에 노량까지 이어지는 중요한 개념이다.”

더 나아가 김 감독은 ‘한산’이 단순히 조선과 왜군의 싸움으로 정의되지 않길 바랐다. 이 역시도 ‘의(義)’에서 비롯됐다. 전쟁에 의해 자발적으로 일어난 의병부터 이순신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까지도 모두 ‘의’에 벗어나지 않는다. 때문에 김 감독은 영화를 통해 눈으로 보여지는 임진왜란의 겉면뿐만 아니라 드러나지 않은 깊은 심층까지 끌어내고자 했다.

“임진왜란 전쟁이 당시에 일본과 조선의 싸움으로 규정해서는 그 전쟁의 의미가 많이 퇴색이 된다고 봤다. 흔히 전쟁이 나라와 나라 간의 싸움이라는 초석을 나와버리면 그 전쟁은 굉장히 잔인하고 허무하고 의미없는 속성을 갖게 된다. 나라와 나라의 싸움이 아닌 의와 불의 싸움이라 가면 자발적으로 일어난 의병의 개념, 이순신과 임금의 관계가 좋지 않았던 것들을 풀이가 되야한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집요하게 싸우는지. 노량에선 도망치는 왜군도 못 도망치게 하고 끝까지 응징하고 그 순간에 이순신도 전사를 하게 되는데 이를 설명이 돼야 했다. 그런 부분을 설명하는 지점에서 의라는 개념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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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드라마, 영화 등 수많은 미디어를 통해 다뤄지면서 이순신 장군은 대중들에게 너무나 친숙한 위인이 됐다. 얼마든지 극적으로 그려내도 충분치 않은 그의 드라마틱한 일대기는 몇 백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대중들에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바. 이에 김 감독은 약 10여 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명량’과 ‘한산’, ‘노량’까지 ‘이순신 3부작’으로 대장정을 이어가고 있다. 흥미로운 지점은 그가 그려낸 세 편 속 이순신 장군의 얼굴은 다 다르다. 7년의 전쟁을 견뎌낸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얼굴과 냉철한 판단력과 전시를 읽어내는 통찰력을 지닌 눈빛, 용맹한 기운 등이 세 배우를 통해 각각 다르게 나타났다.

“지장, 용장 현장이라고 하는데 각각의 특색이 있다. 이순신이 실존 인물이라 가능한 것 같다. 허구의 인물이면 그렇게 하기 힘들었을 거다. 오히려 실존 인물이 계셨고 각각 차별화된 특징을 갖고 있어서 다른 배우들로 캐스팅하게 됐다. 그렇다 보니 최민식, 박해일, 김윤석은 각 해전에 맞는 유일무이한 배우들이었다. 이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들은 더 없을 거다.”

‘한산’은 ‘명량’보다 한층 발전된 기술력들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전작에서 취약했던 점들이 대거 보완되며 몰입감을 높였다. 특히 전투신에 넣은 자막에 호평 세례가 쏟아졌다. 총성과 대포소리 등 여러 사운드들이 겹치는 전투신에서는 배우들의 목소리가 명확히 들리지 않아 대사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바. 이러한 불편함이 ‘한산’에서는 과감히 해소됐다.

“용기있는 결단이었다. 자연스럽게 들어가서 빠질 것이냐. 일본말 자막이 있으니까 해전에서 낯설거나 이질감 없이 일본어 자막 타이밍을 어떻게 잡을지 판단이 필요했다. 자막이 빠지는 타이밍을 정말 많이 계산했다. 안 그러면 해전을 생생하게 전달하는데 한계가 있지 않나. 소리를 다 죽이고 최첨단 믹싱을 해도 힘들더라. 소리가 마스킹 효과가 있어서 있으면 키우려면 주파수를 달리해도 영향을 받아서 자막을 넣기로 했다. 다만 관객들에게 이질감 없이 들어왔다가 빠지는 순간을 고민했다. 자막 크기도 어느 정도가 적당할지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결정했다.”

개봉 순서로 보면 ‘이순신 3부작’에서 두 번째로 선보인 ‘한산’은 ‘명량’과 ‘노량’을 잇는 작품이 됐다. ‘한산’은 관객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겨질까. 김 감독은 유기적으로 연결된 지점도 있지만 서로 다른 해전들을 조명한 만큼 관객들이 각각 다른 매력을 느끼길 소망했다. 이후 김 감독은 오는 2023년 구정에 개봉을 목표하는 ‘노량’으로 또 한 번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3부작으로 기획됐지만 중간을 잇는 작품보다 한 작품 한 작품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한산은 중요한 해전이고 본질적인 지점에서 특징이 있는 해전이다. 그래서 또 다른 이순신이 나타난 거고. 좋은 호평에서 탄생하지 않았나. 거기에 맞게 집중했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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