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선언’ 이병헌 “‘연기 인정’ 칭찬, 지겹냐고? 들을 때 마다 뿌듯” [인터뷰]

인터뷰 2022. 08.09(화)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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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선언' 이병헌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이병헌 연기는 인정’이라는 말을 들었을 땐 정말 행복해요. 사실 같은 말을 듣는 것에 대해 지겹지 않냐는 질문을 받을 때도 있는데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 좋고, 뿌듯해요. 배우로서 행복한 말이죠.”

비슷하고, 평범해 보일 수 있는 역할도 배우 이병헌이 하면 다르다. 공포, 공황, 그리고 승객들을 구출해 내고 싶다는 의무감 사이에서 번민하는 캐릭터로 관객들의 가슴을 파고든 것. 다채로운 감정의 변주를 통해 섬세한 연기로 표현, 역할에 입체감을 더해낸 그다.

‘비상선언’은 사상 초유의 항공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와 재난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병헌은 극중 딸아이의 치료를 위해 비행기에 오른 탑승객 재혁 역을 맡았다. 재혁은 비행 공포증을 앓고 있지만 아토피로 고생 중인 딸의 치료를 위해 하와이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탑승 전부터 의문의 남성 진석(임시완)이 같은 비행기에 탄 사실을 알고 의심과 불안에 빠진다.

“캐릭터 제안을 받았을 때 평범한 딸 아이 아빠의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전사, 과거 트라우마, 왜 이렇게 공포스러워하고, 이 사람이 불안해하는 것들이 나중에 이야기가 나오지만 어쩌면 재혁이라는 인물은 이 영화 안에서 당황스러움, 공포감, 두려움을 가장 먼저 표현한 대변인이라고 생각했죠. 승객을 대변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비행기에 탑승하는 자체에서 아주 큰 불안감을 느끼기에 작은 것 하나에도 당황스러워하고, 놀라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고개를 ‘빼꼼’ 내미는 모습이 승객들을 대변하는 거라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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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재난을 맞닥뜨린 인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소중한 사람을 지켜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지나온 시간들에 대한 공감과 위로, 그리고 사람이기에 할 수 있는 숭고한 선택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를 보신 분들이 영화가 시작하면서부터 긴장감 있게 시작하고 끝날 때까지 긴장에 긴장을 더하잖아요. 시나리오를 보고 똑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도 긴장감, 당혹스러움이 연속되는 과정에서 시나리오가 끝났죠.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기분으로 재밌게 읽었어요.”

‘비상선언’은 대한민국 최초, 스크린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펼쳤다. 할리우드 세트 제작 업체와 협력해 실제 대형 비행기를 미국에서 공수하고, 비행기의 본체와 부품을 활용해 세트를 제작한 것. 제작진은 비행기 세트를 360도 회전시킬 ‘짐벌(Gimbal)’을 완성해 촬영에 투입했다. 그 결과, 스크린에 구현된 비행기는 실제와 같아 마치 비행기를 탑승하고, 항공 중 재난을 마주한 것 같은 느낌을 더한다.

“미국에서 짐벌 팀을 불렀어요. 장비들이 와야 해서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모든 것이 딜레이 됐고, 결국 그 장비를 조정하는 기사들도 못 오게 됐죠. 그래서 우리 팀에서 직접 짐벌을 제작했어요. 할리우드에서도 큰 사이즈의 비행기를 돌린 적은 없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으로 큰 사이즈의 비행기를 돌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세트 안에 들어가 촬영하는 게 겁나고, 긴장도 됐어요. 배우들이 탑승 전, 제작진들이 수 십 번의 테스트를 통과해서 안정성이 검증됐다고 하지만 100여명이 탑승 후 돌리는 건 또 다르지 않을까 걱정됐어요. 만에 하나 뚝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도 했죠. 그런 공포스러움이 연기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며칠 (비행기를) 돌릴 때마다 긴장감이 생겼지만, 지나고 나니 익숙해졌어요. 놀이기구 타는 것처럼 여유롭게 탈 수 있었죠. 대단한 촬영이었어요. 커다란 짐벌을 돌리는 걸 만들고, 끝까지 잘 해냈죠. 이 영화에서 시그니처 장면들 중 하나가 됐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의 머리가 하늘로 솟고, 스튜어디스가 떨어지는 장면은 영화를 다 본 후 기억에 남는 장면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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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불문, 탁월한 연기를 펼친 이병헌은 이번엔 조금 평범한 아빠로 분했다. 실제 한 아이의 아버지이기에 비행기 내 혼란의 상황 속 재혁의 감정을 조금 더 수월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백두산’에서 딸로 나온 아역배우와 ‘비상선언’의 딸이 실제 자매에요. 두 자매의 아빠 역할을 ‘백두산’과 ‘비상선언’에서 하게 됐죠. 둘 다 좋은 배우에요. 연기를 하면서 ‘저 나이에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쿨 하게 연기할 수 있을까?’ 놀랄 정도로 좋은 배우들이 될 친구들인 것 같아요. 아이가 있는 아빠로서 영화 안에서 한 아버지로 나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어요. 보통 아버지는 아이가 이러면 어디에 터치하고, 어떤 말투로 할지 아는데 저는 아들밖에 없거든요. 아들만 가진 아버지와 딸만 가진 아버지가 어떻게 다른지 지인들을 통해 관찰하기도 했어요. 확실히 아들을 둔 아버지와 딸을 둔 아버지가 다르더라고요. 아이와 노는 방법도 달랐고요.”

‘비상선언’은 ‘연애의 목적’ ‘우아한 세계’ ‘관상’ ‘더 킹’ 등 작품성과 흥행성을 두루 잡은 한재림 감독의 신작이다. 이병헌은 ‘비상선언’을 통해 처음으로 한재림 감독의 작품 세계에 들어오게 됐다.

“제가 같이 일한 감독님 중 가장 집요한 감독님이 김지운 감독님이셨어요. 그 선을 뛰어넘는 분인 것 같아요. 집요하고, 섬세하고, 디테일하셨죠. 그래서 배우로서 좋은 연기가 나오고, 상황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아주 집요한 감독님이란 생각이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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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팬데믹 이전에 촬영됐지만 전 세계인이 경험하고 있는 현실을 미리 예견한 듯한 영화로 관객들과 만나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촬영이 시작되고 나서 팬데믹이 시작됐어요. 팬데믹 자체가 가장 큰 불안과 걱정거리잖아요. 영화를 만드는데 현실이 영화를 앞서가는 힘든 상황도 생겼어요. 그런 걱정을 하면서 촬영하고, 상황들을 겪고, 시간들을 보낸 후 완성된 영화를 보니까 감정이입이 심하게 됐어요. 팬데믹을 겪으면서 우리가 느끼는 바가 있지만 영화 안에는 여러 인간 군상들이 나오고, 나라면 어떻게 판단하고 결정했을까, 자기를 대입시켜 답을 하는 상황이 여러 곳에 있어요. 팬데믹을 겪고 난 후 영화를 보는 건 생각이 깊어지고, 많아진 것 같아요. 인간이기에 저럴 수 있겠구나 생각하는 부분들이 여러 곳에 있죠. 시나리오를 볼 때만 해도 공항에서 시위를 하는 장면은 과장이라고 생각했어요. 상황을 영화적으로 넣은 거라 생각했죠. 그러나 비슷한 일들이 최근에 실제로 일어났어요. 그때 생각이 많이 깊어졌죠. 그럴 수 있겠구나. 인간을 더 생각해보게 된 것 같고, 자기 자신에 대해 더 생각해보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 같아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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