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영웅’ 홍경, 온 마음을 쏟는다는 것 [인터뷰]

인터뷰 2022. 12.08(목)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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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영웅' 홍경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한 배우를 여러 번 인터뷰에서 만나는 일은 흔하다. 그러나 매 인터뷰마다 ‘울림’을 주는 배우는 드물다. 배우 홍경이 그렇다. 2년 전, 영화 ‘결백’으로 처음 만난 후 ‘정말 먼 곳’에 이어 ‘약한영웅 Class 1’까지. 여전히 그는 ‘경청’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고, 잔잔한 울림을 주는 배우였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는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 Class 1’(감독 유수민, 이하 ‘약한영웅’)에서 범석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홍경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3일에 걸친 인터뷰 일정 마지막 날, 마지막 시간에 진행돼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었으나 홍경에게 지친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약한영웅’과 자신을 향한 시청자들의 사랑, 호평에 보답하듯 에너지를 내뿜으며 감사한 마음을 전한 그다.

“제가 위로 받고, 격려를 받고 있어요. 감사한 일이죠. 무엇보다 뜨거운 여름에 많은 스태프들의 노고로 만들어진 ‘약한영웅’이에요. 그게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바라봐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건 마음이 온다는 것이죠. 저희의 마음이 전달된 것 같아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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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영웅’은 상위 1% 모범생 연시은(박지훈)이 처음으로 친구가 된 수호(최현욱), 범석(홍경)과 함께 수많은 폭력에 맞서 나가는 과정을 그린 약한 소년의 강한 약션 성장 드라마다. 단편영화 ‘악당출현’으로 제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액션, 스릴러 부문인 ‘4만번의 구타’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유수민 감독과 ‘D.P.’로 백상예술대상 드라마 작품상, 청룡시리즈 어워즈 최우수 작품상을 석권한 한준희 감독이 각각 연출과 극복, 크리에이터를 맡은 작품이다.

“한준희 감독님이 프로젝트에 대해 말씀해주셨어요. ‘범석이라는 친구를 네가 했을 때 도전적이고, 새로운 것들을 해볼 수 있는 것 같아’라고 해주셨죠. 글을 읽고, 두려움이 크고,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래서 ‘저 못할 것 같아요’라고 말들을 드리기도 했어요. 오랫동안 고민을 했거든요. 한 달 가량 했던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준희 감독님이 묵묵히 기다려주셨어요. 믿어주셨고요. 수민 감독님도 그렇고. 두 분이서 저의 양 팔을 들고 일으켜 끌고 가주셨어요.”

홍경은 소심해 보이지만 그 안에 복잡한 내면을 가지고 있는 듯한 소년 범석 역을 맡아 감정 변화가 가장 큰 인물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범석이에게 담긴 게 많다고 생각했어요. 두려워서 고민을 한 거죠. 어떤 한 가지만을 말할 순 없지만 환경적인 것도 있고, 친구관계 등 살아가면서 느끼는 게 있잖아요. 열등감, 소속감, 소외, 결핍, 상실 같은 게 보였어요. 그 뭔가가 저에게 매혹적으로 다가왔고, 호기심을 일으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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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서 고민을 한 것’이라는 홍경의 답에 궁금증이 샘솟았다. 그는 왜 범석을 표현하는데 있어 두려움이란 감정이 앞섰던 것일까.

“이 친구가 느끼고 있는 것들을 저도 느껴본 적 있고, 모든 부분은 아니지만 그런 것들이 중첩된 것 같아요. 환경, 친구관계, 사회 굴레 속에서 느끼는 것들이 버겁게 느껴졌죠. 관계 속 압박, 감정들이 두텁잖아요. 복합적이고. 그래서 부담이었어요. 또 범석이가 후반에는 잘못된 선택을 하잖아요. 용서받을 수 없을지 몰라도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제가) 이해하고, 다가가야 하는데 그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친구의 마음을 정말 알 수 있을까,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죠.”

‘약한영웅’은 사회에 나오기 전 학교에서 겪는 ‘성장통’을 그린다. 항상 외톨이였던 시은은 수호, 범석과 친구가 된 후 함께 부당한 폭력에 대항한다. 하지만 이들의 우정은 오래가지 못한다. 범석은 사소한 계기로 수호에게 서운함을 느끼고, 일진들과 어울리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며 이들과 점점 멀어진다. 이런 범석의 행동을 두고 시청자들의 입장이 갈리기도.

“제가 좋아하는 말 중 ‘연기는 그냥 하는 것’이에요. 그 말에 공감이 갔죠. 연기에 어떤 과정이 있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그 순간에 충실하고, 솔직한 거더라고요. 모든 것을 믿어버리는 것도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른 이들은 (범석을 보고) 눈을 감아버릴 줄 몰라도 저만큼은 (범석의) 손을 놓지 말자고 품고 해나갔죠. 그런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여기서 무엇을 느끼는 지에 대해 쫓아 나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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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석에게 시은과 수호는 어떻게 다가왔을까. 그리고 홍경이 해석한, 이해한 범석이 궁금해졌다.

“범석이에게는 진정한 친구가 아니었을까요? 친구라는 의미에서 오는 순수한 사랑도 있고, 거기서 오는 상실이 컸을 거예요. 어떤 경로로 (범석이가) 그렇게 됐을까 생각해보면 10대 때 나의 선택으로 주변 환경을 만들기보다 (본인의) 의지 없이 만들어지잖아요. 범석이도 그 시기를 관통하는 시기였을 거예요. 누군가를 사랑하고, 동경을 품게 되는 순간은 내가 갖고 싶은 모습, 우러러했던 모습들을 볼 때잖아요. 그런 순수한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범석이 내비친 마음은 순수한 마음인 거죠. 후반에 가면서 외부, 내부의 자극들로 인해 변질되고 잘못된 선택들을 하지만 그만큼 사랑했기에 오는 상실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렇다고 범석의 방식을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요.”

‘약한영웅’은 동명의 인기 웹툰을 드라마로 옮긴 작품이다. 원작을 압축하거나 일부를 발췌한 것이 아닌 프리퀄 격에 해당하는 스토리다. 그렇기에 범석의 서사는 드라마를 통해 확장된 셈.

“저는 웹툰을 보지 않았어요. 감독님에게 ‘웹툰을 봐야할까요?’라고 물었는데 대본에 집중하라고 하셔서 부담이 없었죠. 그래서 대본에 충실하려고 했어요. 어색하고, 날 것 같아도 그때 나오는 솔직함을 믿고 갔죠. 이를테면 범석이의 목소리는 웹툰에서 들리지 않았을 거잖아요. 감독님께서도 직접적으로 감정을 요구하진 않으셨어요. 범석이로 눈물이 나오면 동의해주시고, 범석이는 제가 제일 잘 안다는 믿음을 주셨죠. 그러면서 대본에 갇히지 않도록 입체적으로 그려나가려 했어요. 하나로 보는 건 위험하니까요. 언제, 어떻게든 인간은 다양한 모습이 있으니 그런 순간들에 충실하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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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은 범석의 내면뿐만 아니라 외면까지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안경, 가디건 등 하나하나 디테일을 잡으며 의상팀, 소품팀과 함께 치열하게 고민한 것.

“가디건은 글에 묘사가 안 되어 있어 아이디어를 냈어요.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학대를 경험하면 살결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공포심이 있다는 걸 접한 적 있어요. 그래서 이 친구는 긴팔을 입었으면 좋겠다고 말씀 드렸죠. 웹툰에서는 범석이가 안경을 벗고, 쓸 때 이미지가 다르더라고요. 동전 뒤집듯 바뀌는 사람은 아니지만 감독님이 써주신 심리적인 묘사, 글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어요. 좋은 글을 따라가고, 잘해보려 발버둥 치면 마음이 전달되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의상팀, 소품팀과 많이 노력했죠. 가디건을 입되 뒤로 갈수록 색상이 변한다던지. 색으로 따지면 시간이 지날수록 흰색에서 검은색이 돼요. 수호와 링에서 만날 땐 또 다시 무채색이 되고요. 그런 것들을 고민했어요.”

범석의 서사를 확장하고, ‘전사(前史)’를 이해할 수 있었던 데에는 유수민 감독의 ‘믿음’이 바탕이 됐다.

“믿음이 없으면 잘 해내갈 수 없잖아요. 모든 직업은 믿음을 줄 때 힘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감독님과 하나만 두고 얘기하진 않았어요. 항상 의문형으로 끝났던 것 같아요. ‘이럴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우리 이렇게 가보죠’라며 이야기를 나눴죠. 순간 불명할 때도 있잖아요. 누군가 정확한 답을 알려줬으면 좋겠고. 그러나 정답을 찾기 보다는 순간에 집중하려고 했어요. 감독님이 그런 순간들을 잘 조절해주셨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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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믿음은 두려움을 마주했을 때 강해지는 법. 그렇기에 홍경은 믿음 하나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신념을 분명하게 얘기할 수는 없지만 쫓는 것들이 있어요. 사실 저는 저에 대한 의심, 의구심이 많은 편이죠. 연기할 땐 그런 행위들을 최대한 안 하려고 해요. 철저하게 분리하지 않으면 저를 갉아먹는 행위가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깊은 믿음이 있어요. 그런 게 두려움을 만나면 등불 하나 들고 나아갈 힘이 생기죠. 이런 믿음은 이 일을 사랑하면서 쌓아온 것들이에요. 영화를 정말 사랑한다는 자부심이 있거든요. 누구보다 많이 보려고 노력했고, 그걸 보면서 보낸 시절이 ‘믿음’이 된 게 아닐까 싶어요.”

홍경은 ‘약한영웅’에 온 마음을 쏟았다. 그 마음이 통한 것일까. ‘약한영웅’은 ‘OTT 화제성’ 드라마 및 시리즈 부문에서 3주 연속 1위에 올랐다. 믿음을 가지고 노력했고, 이 노력들이 쌓여 빛을 발한 순간이다.

“이번년도는 ‘약한영웅의 해’에요. ‘콘크리트 마켓’ 촬영이 작년 12월에 끝났고, 새해를 맞이했죠. 2022년의 챕터를 열었을 때 한준희 감독님이 손을 내밀어주셨어요. 그렇게 올해를 시작했어요. 그 시간을 걸어오는데 저뿐만 아니라 모든 분들이 굵은 땀을 흘리면서 뜨거운 여름을 감내하셨어요. 지훈 배우가 ‘영혼을 갈아 넣었다’라고 했는데 모든 분들이 못지않게 땀방울들을 조각내셨거든요. 올해는 이거 하나로 꽉 채웠어요. 그게 의미 있어 더 뜻 깊은 것 같아요. 결과를 바랄 순 없지만 좋은 피드백이 온다는 건 그보다 좋을 수 없잖아요. 격양된 요즘, 마음이 전달되는 건 감사한 일이에요. 내년은 어떨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 정신을 차리고, 다시 온 마음을 쏟으려 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웨이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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