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의 휴가’ 김해숙 “더하기·나누기로 풀 수 없는 부모자식 관계” [인터뷰]

인터뷰 2023. 12.07(목)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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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의 휴가' 김해숙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연기 인생 50년을 바라보고 있는 관록의 배우 김해숙. 영화 ‘마마’ ‘친정엄마’,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무자식 상팔자’ 등 다양한 작품 속에서 엄마 캐릭터를 소화하며 ‘국민 엄마’라는 포근한 애칭을 얻은 그가 이번에는 또 다른 결의 엄마로 돌아왔다.

영화 ‘3일의 휴가’(감독 육상효)는 하늘에서 휴가 온 엄마 복자(김해숙)와 엄마의 레시피로 백반집을 운영하는 딸 진주(신민아)의 힐링 판타지 영화다. 김해숙은 극중 하늘에서 휴가 온 엄마 복자 역을 맡았다.

“‘엄마’ 소리만 들으면 슬플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하늘에서 내려온 엄마니까 잘못 들으면 구태의연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풀어야할까 되게 어려웠어요. 잘못 풀면 작정하고 울리는 것 같았거든요. 현실 엄마도 아니기 때문에 연기 톤을 어떻게 잡을지 걱정 하고, 어려웠어요. 부모와 자식이라는 건 간단한 것 같지만 그 안에는 엄청난 게 있잖아요. 차근차근 풀어나가다 보면 굉장히 괜찮은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늘에서 내려온 순간부터 왜 이 엄마가 딸에게 왔을까 생각했어요. 진주가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 보고 싶을 것 같았는데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있기에 거기서부터 해답을 얻었죠. (진주를) 볼 때마다 속상하니까 거기서부터 연기를 시작했어요. 서로 가족 간에 가깝기에 얘기 못 한 게 많고, 지나쳐서 각자 상처를 가질 수 있잖아요. 당시 서운했던 걸 풀지 않고, 말하지 않은 것들이 영화에서도 있기에 풀어가는 과정에선 감정을 따라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영화는 모녀가 특별한 휴가를 통해 뜻밖의 재회를 앞둔 시점에서 시작된다. 엄마 복자는 딸 진주와 대화도, 접촉도 할 수 없다. 복자에게는 오직 3일 동안 딸의 모습을 눈에 담아오는 것만 허락된 것. 김해숙은 이러한 독특한 설정에 끌려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3일의 휴가’는 각별했어요. 가장 소중한 걸 잊고 가슴 아파하는 게 흥미로웠어요.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자 나를 믿어주는 사람, 무슨 짓을 해도 받아주는 사람이 부모예요. 여기선 엄마지만 아빠도 포함되죠. 부모한테는 이상하게 ‘고마워, 사랑해’라는 말을 못해본 것 같아요.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언제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러다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일이 생기고요. 이 영화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가족의 소중함, 부모의 소중함, 메마르는 것에 대한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법을 알았으면 해요. 때늦게 후회하고, 가슴 아파 하지 말고, 영화를 통해 얘기할 수 있길 바라죠. 그래서 이 세상 모든 엄마를 대표한다는 느낌으로 열심히 했어요. 짧은 시간이지만 저희 영화를 보고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가족, 가족이 있어야 나도 있는 것을 느끼시길 바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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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의 휴가’는 엄마와 딸의 복잡 미묘한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오랜 세월 오로지 딸을 위해 희생을 감수한 복자, 엄마의 사랑을 받고 싶은 진주, 그러나 자꾸만 어긋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 세상에는 다양한 엄마가 있어요. 복자는 복자만의 인생이 있는 거죠. 영화상에서 딸을 위해 희생한다고 하지만 이 세상 모든 부모는 자식을 위해 희생하려 태어났다고 생각해요. 진주를 위해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지만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은 자식을 위해, 다른 환경이 있겠지만 똑같은 마음이죠. 부모는 자식을 위해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앞서 (언론시사회에서) 황보라가 자신은 희생하지 않는 엄마가 되겠다고 했는데 ‘애 낳아봐라’라고 이야기하고 싶더라고요. 그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진리인 것 같아요.”

김해숙은 딸 진주 역을 맡은 신민아와 실제 모녀 같은 케미를 선보인다. 두 사람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첫 모녀 호흡을 맞춘 바.

“너무 좋았어요. 비슷한 것도 많았어요. 두 달을 있으면서 이야기도 많이 했죠. 서로 가까워지고, 속을 털어놓고 있다 보니 눈물 참는 것도 힘들었어요.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도 힘들었죠. 친해지면서 서로를 알고선 그 감정을 교류하는데 정말 많이 가까워진 걸 느꼈어요. 찐 엄마와 딸의 얼굴, 눈빛이 보이더라고요. 정말 호흡이 좋았구나라는 걸 새삼 느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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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설정과 함께 주인공들의 추억을 이어주는 건 ‘음식’이다. 특히 진주는 엄마가 해준 무만두를 그리워하며 그 맛을 찾아가는 과정은 엄마가 해준 밥, ‘집밥’이 떠오른다.

“집밥이 먹고 싶다는 건 엄마의 사랑이 그리운 거예요. 저도 몰랐는데 음식을 만들면서 알게 됐죠. 집에서 요리를 하는데 아무리 피곤해도 자식을 위해선 집밥을 하더라고요. 내 자식이 먹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담겨져 엄마의 집밥이 나오는 것 같아요. 이 세상 어디에서도 엄마의 맛을 낼 순 없어요. 고로 집밥은 어머니의 사랑이라 생각하죠. 자식들은 모르고 살아오다 엄마의 밥이 그리운 건 엄마가 그리운 게 아닐까 싶어요. 저도 엄마가 살아계실 땐 몰랐거든요. 어머님이 가신지 9년이 됐는데 아직도 엄마가 생각나는 음식이 있어요. 그 음식을 찾아도 없고, 기억을 더듬어 만들어도 그 맛이 안 나더라고요. 왜 그런가 생각했더니 엄마가 음식을 만들 때 나를 위해 얼마나 맛있게 만드신 걸까 싶었죠. ‘3일의 휴가’에서도 음식을 만드는 게 좋았어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눈물로 푸는 게 아닌, 집밥을 통해 찾아가고 요리하는 게 좋았죠.”

1975년 MBC 공채 7기로 데뷔, 연기 경력만 50년인 김해숙은 그동안 여러 색깔의 ‘엄마’를 연기했다. ‘국민 엄마’ 김해숙에게 ‘모성애’는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3일의 휴가’는 어떤 작품으로 남게 될까.

“엄마의 마음, 부모의 마음은 이렇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엄마의 마음은 모든 슬픔, 기쁨을 넘어 오로지 자식 사랑, 자식이 잘 되기만을 바라거든요. 가족 간의 사랑은 어떤 사랑보다 쉽게 할 수 없는 거예요. 그렇지만 모성애는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희생도 그렇고요. 해석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은 더하기, 나누기, 물리적으로 풀 수 없는 거라 생각해요. 그렇기에 ‘3일의 휴가’는 이때까지 했던 엄마 중 가장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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