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욱 "'태종 이방원', 인생에 중요한 작품" [인터뷰]

인터뷰 2022. 05.24(화)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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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욱
주상욱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배우 주상욱이 첫 정통 사극이라는 부담감을 이겨내고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지난 1일 종영한 KBS1 '태종 이방원'(극본 이정우, 연출 김형일)은 고려라는 구질서를 무너뜨리고 조선이라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던 여말선초(麗末鮮初) 시기, 누구보다 조선의 건국에 앞장섰던 리더 이방원의 모습을 새롭게 조명하는 드라마. 주상욱은 극 중 뛰어난 두뇌와 날카로운 판단력을 가진 이방원 역을 맡았다.

태조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로 조선 500년의 기틀을 닦은 조선의 제3대 왕 이방원은 조선 개국 과정에서 누구보다 앞장섰고, 형제와 충신들에게도 냉정했던 철혈 군주로서의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주상욱은 그런 이방원의 인간적인 모습과 군왕으로서의 모습 등을 다양하게 그려냈다.

"이방원의 시선에서 쓴 드라마는 처음이다. 주변 인물로만 등장했고, 대본보다 드라마의 전체적인 나아갈 방향을 보고 이방원 인물의 한가지 포인트가 아니라 사람의 인생을 다루는 드라마라는 점이 별거 아니지만 신선했다. 그래서 제목도 태종을 빼고 이방원만 하려고 했다. 이방원은 사람인 거 같고, 태종은 왕같지 않나. 태종을 작게 하고 이방원을 크게 적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그리고 싶었다. 인생이 다이내믹하기도 해서 다양한 소재로 나오는 거 같다."

주상욱은 이방원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이며 호평받았다. 단순히 '철혈군주 이방원'이 아닌 '인간 이방원'을 보여줌으로써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하며 마지막까지 열연을 펼쳤다. 그만큼 이방원은 그에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섭섭하다. 촬영을 7개월 정도 했는데, 긴 것도 아닌 거 같다. 여러 가지 부분이 아쉬운 게 많다. 솔직히 시원하지 않고 찝찝하다. 많이 아쉬운 작품이다. 준비한 여러 가지 과정에 비해 아쉬운 거 같다. 이대로 보내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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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태종 이방원'은 2016년 방송된 KBS1 '장영실' 이후 5년 만의 정통 사극이라 더욱 주목받았다. 이전에 유동근, 안재모, 장혁 등 이방원을 그려낸 배우들의 연기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에게 관심만큼 부담감도 크게 다가왔다.

"부담감이 컸다. 보시는 분들도 의아해하셨을 거 같다. 오랜 시간 후에 부활하는 데 큰 역할을 맡으면서 부담도 됐고, 정통 사극은 처음이었다. KBS의 우려감과 내 입장에서는 기대감으로 시작했다. 모든 작품을 할 때 다 부담감이 있는 거 같다. 잘 되고 안 되고는 단순하지만, 어떻게 보면 주인공의 책임으로 봐야 할 거 같다. 늘 그런 마음으로 하는 거 같다."

또 "시청자분들이 내 이미지를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계속 연기하고 배우 생활하면서 무게감이 있다는 건 좋은 거 같다. 그런 면에서 이방원이 연기 인생에서 큰 역할을 한 거 같다. 도전이라고 볼 수도 있다. 잘 되려고 계산하고 작품을 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면에서도 부담감이 크기도 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안 했으면 어쩔 뻔했나 싶다."

특히 '이방원' 하면 '용의 눈물' 유동근을 빼놓을 수 없다. 주상욱은 이방원을 그려내기 위해 참고하기보다 자신만의 이방원을 그려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대선배님들의 무게감과 카리스마를 따라갈 수 없을 거다. 놀라운 건 유동근 선배님이 '용의 눈물'을 했을 때 30대였더라. 굉장하지 않나. 기존에 시청자들이 생각해주신 이방원에게 똑같이 접근하면 살아남기 힘들었을 거 같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해서 했다. 카리스마로 했으면 잘 안됐을 거 같다. 오히려 그런 면이 신선하게 다가갔던 거 같다."

이방원이 정몽주를 선죽교에서 죽이는 장면 등 연출은 물론 철저한 고증이 있었다는 점에서도 '태종 이방원'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주상욱은 "어디다 내놔도 손색이 없을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실제 고증은 낮에 사람들이 많이 보는 데서 정몽주를 죽였다고 하더라. 드라마가 굉장히 빠르게 포인트만 짚고 넣어가서 그렇지 고증에 가장 근접한 작품이다. 어디다 내놔도 손색이 없을 만한 작품이다. 나도 최대한 비슷하게 하려고 했다. 더 디테일하게 표현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정통 사극의 무게감만큼이나 현장 분위기도 엄숙했다고.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자유롭게 연기하기 쉬운 일이 아니었다. 주상욱은 이태리, 김민기가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하고 싶은 것들을 표현했다며 대성할 거라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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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극은 현장 분위기부터 여러 가지가 달랐다. 촬영을 지방에서 숙박하면서 하다 보니까 배우들과 친해지긴 하지만, 촬영 때는 진지하고 무겁다. 그래서 단역으로 오시는 분들이나 젊은 친구들이 뭔가를 자유롭게 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양녕대군, 충녕대군이 하고 싶은 것들을 표현하는 게 대단했다. 저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들이 있는 현장은 처음이었다. 선배라고 말하려면 김영철 선배님 정도는 돼야 했다."

'태종 이방원'은 최고 시청률 11.7%를 기록, 마지막 회는 11.5%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하지만 드라마 방영 중 말 학대 논란에 휩싸여 한 달간 방송이 중단됐다. 낙마 장면 촬영 중 말의 뒷다리를 묶고 일부러 넘어뜨리는 영상과 말의 사망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에 따라 '태종 이방원'의 조기 종영을 요구하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고, KBS는 잇단 사과문과 새로운 제작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드라마의 인기가 상승세를 타고 있던 시점이라 아쉬움이 크다.

"정확히 딱 한 달 정도 쉬었다. 쉰 것도 아닌 거 같다. 기다리는 동안 괴로운 시간이었던 거 같다. 그렇게 한 달을 보냈다. 그건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랬을 거 같다. 나와 아예 관련이 없다고 볼 수도 없는 부분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거 같다. 방송이 재개되고 시청률이 꺾이고 다시 올라오는 것까지도 대단했다. 의리를 지켜주신 시청자분들에게 감사하다."

한 인물의 청년기부터 노년기까지 연기한다는 건 주상욱에게도 특별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이방원을 연기하면서 쌓아가는 무게감이 눈길을 끌었다.

"이런 경험이 앞으로도 많지 않을 거 같다. 그래서 이 작품을 한 게 영광이고, 당연히 젊었을 때와 나중은 다르지 않나. 무게감이 점점 더해진 거 같다. 분장도 말투고 바뀌지만,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바뀌면서 점점 쌓인 무게감이 있었다. 죽기 전에는 정점에 달하는 서사를 표현하려고 했다."

주상욱은 '태종 이방원'을 연기하면서 '제2의 최수종'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그는 "굉장한 칭찬"이라며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또한 그에게 '태종 이방원'은 "중요한 작품"이라고 말할 정도로 애정이 남달랐다.

"최수종 선배님이 대단한 업적을 남기시지 않았나. 굉장한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연기하게 될 텐데 나중에 돌아보면 이방원이 연기 인생의 중간, 기준이 될 수도 있을 거 같다. 제2의 연기 인생 시작은 아니지만, 중요한 작품인 것은 확실한 거 같다."

'태종 이방원'을 마무리한 주상욱은 쉬면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는 "살이 너무 많이 빠져서 운동해야 할 거 같다"면서도 "빨리 다음 작품을 해야 할 거 같다. 어려운 연기가 좋다. 감당하기 힘든 극한의 연기 같은 거. 대사 준비를 많이 해야 하거나 뚜렷한 장르의 작품을 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HB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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